
4월 20일에 코리아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 대 토론회에 다녀왔다.
올해 처음 개최된 이번 포럼은 "디자인에서 찾는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3개의 기조연설과 50개의 소 주제를 가진 분과토론으로 이루어 졌다.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기조연설에는 참석을 못하고 분과토론에만 참석하게 되었는데... 회사에 눈치 봐가며, 동료들에게 미안해 해가며.... 비를 뚫고 3시간을 달려간 포럼은...
그야말로 초지일관 난장판 이였다.
포럼이전: "당담자가 지금 안 계셔서요..."
이야기는 개최당일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참석신청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이 분과토론 주제 선택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신청자는 세 가지의 분과주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토론을 들을지 미리 알고 준비해 가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참석 이전에 내가 어떤 주제를 들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사이트 어디에도 구체적인 정보가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같이 참석하기로 한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 역시나 친구도 그게 궁금해서 개최 측에 전화를 해서 물어 보았다고 한다.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니, 당담자에게 돌린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돌리더란다. 하지만, 결국 친구는 세 번의 같은 설명을 세 명의 당담자한테 하고 고작 들은 말이 "당담자가 지금 안 계셔서요..." 였단다.
처음으로 열리는 포럼이니까... 어느 정도의 혼란은 있을 수 있지....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처음 선택했던 3가지 주제에 관해 온라인 토론방에 올라온 자료를 찾아 읽어 보았고, 정말 듣고 싶었던 공공디자인에 대한 분야는 여기저기 주워 모은 (온라인 토론방에 올라온 자료들은 유용했지만, 너무나 부족했다...) 자료들을 프린트해서 가지고 다니며 아침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읽어 보았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 이였단 말인가....
포럼당일: 난장판 "이건 아니잖아!!"
행사장에 들어선 순간 "이건 아니야..."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온라인신청을 미리 했기 때문에 당일 신청해야 하는 혼잡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던 것이다. 주체 측에서 예쁘게 프린트해서 목걸이 명찰을 만들어 놓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제멋대로 엉켜있는, 수백 개의 명찰을 서너 명의 운영진이 이리뒤적 저리뒤적 하느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질서는 없어졌고, 결국 하나의 이름을 찾는데 엄청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다.
어떤 분과 토론을 들을 수 있을지 미리 알 수도 없었는데, 어떤 주제에 간택?이 되었는지 알려주는 명찰을 찾는 것도 산 넘고 산이었으니....까칠한 성격에 그냥 돌아 나올뻔했다.
그날 난 오후에 참석해서 명찰을 찾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는데도 그 모양 이였으니, 당일 아침에는 어떤 대란이 일어났었을지 안 봐도 뻔한 거 아닌가...
결국, 분과토론시간이 다 되어도 명찰을 찾지 못한 사람이 많았던 관계로 명찰이 없는 사람은 그냥 들어가서 빈자리에 앉아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황급히 들어가 보니 내가 듣기를 원하고 자료를 찾아 공부해간 공공디자인 쪽은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엉겁결에 앉아 들은 것이 "기업수요에 부응하는 신규 디자인 지원사업"이다. 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주제도 아니 였고, 디자인 진흥원에서 하고 있는 디자인 지원사업에 대해 알지 못했던(말하자면, 배경지식이 전혀 없던) 나로써는 조금 화가 났다. 포럼 참석을 위해 준비한 시간과 더불어 참석하고 있었던 순간조차 모든 의미가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 듯 했다. 물론, 배울 점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들었던 귀중한 시간을 보내기는 했다. 구체적인 토론내용은 (교수들, 대기업 간부, 디자인 에이전시 소장.... 실질적이 디자이너와 디자이너가 필요한 기업이 빠져버린... 그들만의 리그에 대해..) 차후에 생각을 정리한 후에 이야기 해야겠다.
2시간여의 토론은 추첨을 통해 책을 준다는 시끄러운 스피커소리로 흐지부지 마무리되지 않은 채 끝나버렸다.젠장.... 우리가 여기에 책 타러 왔느냔 말이다. 차비와 밥값만해도 책 2권은 너끈히 살수 있단 말이다... 제발, 이런짓좀 하지 마라!
포럼 그 후: 초지일관 난장판 - 그렇다면 그 이후는...?
여러 의견을 종합, 수렴하여 한국 디자인 발전 방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게 포럼의 취지 였으니 토론회 운영이 난장판 일색이었다 하더라도 포럼 그 후에는 제대로 된 정보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는가(최소한 당일 토론내용의 리포트라도...)...? 나에게 분과토론 자체가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 였고, 일반참석자에게는 발언권이 없었으므로 토론 내내 나는 할말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디자인으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써, 이런 토론의 장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랬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를 피해가며 조심조심 했다. 온라인상의 지속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든, 오프라인의 모임을 만들든.... 시작은 엉망이었지만, 지금부터 일선에 선 우리가 잘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론 행사진행 사이트의 온라인 토론방에 포럼당일 진행되었던 분과토론의 내용이 올라오고, 그에 대한 지속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랬었다. 하지만, 희망은 공지사항의 "감사의 말씀" 하나로 끝나버렸다. 전국 각지에서 1000여명의 디자인 인사가 모였다고 하는데, 그냥 이렇게 탁상공론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인지... 아니면, 디자인 진흥원 측에서 어떤 대책이나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 왜 이렇게 엉망으로 포럼이 진행되었는지(되고 있는지...), 자세한 속사정이야 많았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디자인포럼에 처음 참석한 것이라 나 역시 기대가 컸었기 때문에 실망을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적잖이 책임감도 느낀다. 항상 한국 디자인에 대해 많은 문제점들을 거론하지만,
주체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나를 포함하여) 거의 없다.
난장판 포럼에 대한 불평들로만 가득한 글이지만, 결국은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 중 하나에 나 역시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 바꿔나가야 할지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 있는데,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는 것 한가지는...
먹고 살기 위해 디자인을 하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이라는 거다.

